[인디한잔] "여행은 왜 재밌고, 술자리는 왜 재밌을까요?" (2024)

"현직에 계신 분들도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이슈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잠시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뜨거운 현안들로 담소를 나눠보는 코너 '인디 한 잔'입니다.

재미란 무엇일까요? 게임을 만들고 분석하는 사람들은 이 추상적인 개념에 머리를 싸매곤 합니다. 사실 재미는 너무나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취향에 맞는 긍정적 경험이 전달됐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세상엔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기에, "모두에게 재밌는 게임"이란 명제는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동시에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누군가는 이 게임을 즐겨주리라"는 게 헛된 희망이 아니기도 하죠.

방치형 게임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마다 종종 사용한 표현이지만 (굳이 소울라이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캔디 크러시 사가> 같은 퍼즐게임조차도 누군가에겐 갓겜, 인생게임 소리를 듣는데, 방치형 게임 중엔 그런 평가를 받은 작품이 매우 드문 편입니다. 단순히 인터랙션 및 몰입이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그런 중에도 '갓겜' 소리를 종종 들을 만큼 국내 모바일게임 역사에 획을 그은 작품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아재개그 콘셉트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1세대 방치형 게임 <중년기사 김봉식>부터 독특한 콘셉트와 비주얼이 돋보였던 <어비스리움>, <펭귄의 섬>, 최근 누적 매출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를 돌파한 <소울즈>까지 모두 콘크릿 김동준 대표의 손을 거쳐 나온 게임입니다.

방치형이 대세가 된 최근 시장 근황을 비롯해, 여러 선입견 너머로 걸음을 내딛어 온 그의 개발 방향성에 대해 가감 없이 물어봤습니다. 게임이 틱톡, 릴스와 경쟁하게 된 시대에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본질'을 알 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의 재미를 게임으로 녹여낼 순 없을까, 술자리가 재밌는 이유는 뭘까, 랜덤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재미의 본질인가 같은 고민을 해요"라고 화두를 던졌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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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릿 김동준 대표

# 방치형도 갓겜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엔 비슷한 방치형 게임이 너무 많은 게 오히려 문제지만, 2015년 <중년기사 김봉식>이 출시됐을 당시엔, 국내에 방치형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편에 가깝습니다. 김동준 대표는 마프게임즈 공동 창업자로 <중년기사 김봉식>(이하 김봉식)과 <게임이 망했다>와 같은 유쾌하고 신선한 게임들을 세상에 내놓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방치형 힐링 게임 <어비스리움> 기획에 참여하고, 팬텀(fantome)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펭귄의 섬>까지 선보였죠. 팬텀의 자회사 콘크릿에서 <소울즈>를 출시해 글로벌 누적 매출 5,000만 달러라는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방치형 게임들을 만들어 온 그에게 방치형 게임이 가진 매력을 먼저 물어봤습니다.

"일단은 귀찮은 반복 노동을 자동으로 해준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인 것 같아요. 쥐를 50마리, 100마리 잡아오라는 게 무의미한 노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데, 보상을 얻거나 성장하는 쾌감만 오롯이 느낄 수 있으니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조작이 강조된 게임이 점점 어렵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장점이죠."

시기마다 신선한 게임을 선보인 그에게 어떤 차별화 요소를 추구해왔는지 물어봤을 때 "저는 나름대로 이런 게임이 성공한다-는 신념 같은 게 있는데, 색다른 경험을 최소한 한 두 가지 이상은 제공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믿어요. 최대한 다르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죠. 비슷한 게임이 너무 많이 나오면 유저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그러다 보면 경쟁력도 점점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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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년기사 김봉식>, <어비스리움>, <소울즈>

다소 천편일률적인 방치형·키우기 게임이 우후죽순 나오는 시장 트렌드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 카스테라, 탕후루 열풍도 그렇고, 들어가는 공수 대비 성과가 좋을 것이라 판단되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그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하고, 상대적으로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데 그걸 피해간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다만, 유저들이 피로하다고 느끼면 전체적으로 성적이 떨어질 거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진화하지 않을까요?"

비슷한 캐주얼 게임 사촌격이어도 <캔디 크러시 사가> 같은 퍼즐게임이나, 몇몇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은 인생게임, 갓겜 소리를 듣는데, 방치형 게임은 그런 평가를 받은 게임이 드물었습니다. 그런 시장 안에서도 <김봉식>과 <어비스리움>은 분명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한 게임이었죠. 방치형 게임도 갓겜이 될 수 있을까요? 그는 굉장히 흥미로운 답변을 했습니다.

"어떤 게임을 갓겜이라고 부르냐-하고 생각해보면, 평소에 못 느껴봤던 놀랍고 새로운 경험을 게임에서 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옛날에 스위스 여행을 갔는데, 경치가 '갓'이더라고요.(웃음) 이런 건 본 적도 없고, 전율이 일고. 영화를 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방치형이 플레이 방식은 기존 RPG에서 전투를 자동화시킨 것에 가깝다 보니, 플레이 자체에서 '갓'스러움을 느끼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이나 시각적 요소가 갖춰지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김봉식>은 당시 방치형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고, 아재개그나 제목부터 낯선 경험을 제공한 점이 좋았던 것 같고, <어비스리움>이나 <펭귄의 섬>도 당시엔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소재와 아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디테일을 보여주려면 방망이 깎는 장인정신이 필요한데, 중소 개발사 위주로 만들어지는 방치형이, 한정된 리소스 안에서 디테일을 만드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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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

# 4주 걸린 <김봉식>과 4년 걸린 <소울즈>

김동준 대표는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소울즈>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당시에 푹 빠져 있었던 게 <AFK 아레나>와 <저니>였어요. 보통 RPG들이 악당 나타나면 용사가 무찌르는 비슷한 컨셉트가 많았는데, <저니> 같은 분위기의 RPG는 왜 없을까 싶었죠.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외롭고 쓸쓸한 여정의 느낌이 훌륭한 <저니>인데, 그런 느낌을 내보고 싶었어요. 결론적으론 그 정도 분위기를 내는 건 성공하지 못한 것 같지만, 다양한 영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재미와 이벤트에서도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한 노력은 매력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원했던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소울즈>만의 개성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눈동자 없이 눈이 빛나는 캐릭터를 비롯해, 화면 구성이나 연출도 모두 '모험'과 '세계'의 일환이었죠.

"주인공이 걸어가는, 메인화면의 느낌이라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거의 6개월 동안 엄청 많이 바꿨던 결과물이에요. 던전에서 앞을 보고 있던 버전도 있었고요. 캐릭터에 눈동자가 없는 건 영혼, 사후세계의 느낌을 주려고 했던 건데,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고, 표정이나 감정 표현 면에서도 내부적 이견이 있기도 했죠. 저는 기획자 출신이고, 새로운 시스템이나 플레이 방식에서 참신함을 찾던 스타일인데, 아트 쪽의 고민과 시도를 해보면서, 고생을 좀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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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즈>

방치형 게임은 게임의 흐름이 끊기는 '비접속시간'을 필연적으로 포함하게 됩니다. <김봉식> 때를 돌이켜봐도 그렇지만, 김동준 대표의 게임들은 이런 방치형 게임 안에서도 캐릭터, 세계관, 서사의 몰입감을 유지하는 힘이 컸던 편입니다.

"몰입이 잘 되려면, 납득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너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확 깨지듯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콘셉트랑 게임 시스템이 딱 한 덩이처럼 맞아떨어지는 거예요. 텍스트나 컷씬이 있어도, 시스템과 연관이 없으면 잊혀지는데, <김봉식>에서 아재개그를 계속 시도한 것도 코믹한 게임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과정이었죠."

<김봉식>은 3명의 인원이 만들기로 한 시점부터 딱 4주가 소요된 게임이라고 합니다. 거의 다 완성된 상태에서 '웃긴대학' 커뮤니티에 제목 공모를 올렸고, 그렇게 정하게 된 이름이 <중년기사 김봉식>이었다고 하죠. 처음엔 <머니 메이크스 히어로>와 같은 꽤 평범한 이름이었는데, 코믹 콘셉트로 제목을 정하고 나니, 연관된 설정은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남산에 갑자기 던전이 생긴다거나, 투구를 썼더니 머리가 커서 빠지지 않는 배 나온 아재 캐릭터, 효도하기, 여자친구 만들기 같은 퀘스트도 그 일환이죠. 골드를 모아서 무기를 사는 게 핵심인데, 어떻게 무기를 사면 재밌을까 하다가, 던전 중간중간의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무기를 산다는 식으로 맞아 떨어지게 했죠. 출시 이틀 전에 만화를 그리고, 제목과 대사도 즉흥적으로 바꾼 결과가 <김봉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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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사 김봉식>

이렇게 빠른 적용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는 '소규모일 때의 유리함'을 언급했습니다.

"독특하게 가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팀이 커지면 조금 어려워지는 게, 특별한 시도를 하려고 하면, 각자의 취향과 기준이 다르니까 반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죠. <김봉식> 때만 해도 '이게 게임이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외부 의견이니까 괜찮았지, 동료가 그랬으면 주저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졌을 거예요.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것도 스트레스기 때문에, 불안감도 생기고, 덜 과감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반면, <소울즈>는 2019년 12월에 시작해, 2023년 8월에 출시한 게임으로, 4년 가까이 걸려 세상에 나온 게임입니다. 콘크릿 창업 후 첫 게임이었기 때문에, 팀 세팅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해도 3년이 걸린 셈이죠. 김동준 대표는 목표를 더 높게 설정하면서 코로나 기간 동안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과감한 실행력과 만날 때 빛을 발하기도 하는 반면, 오랜 고민 끝에 이뤄낼 수 있는 성취 또한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퍼블리셔 '하비'(habby)였는데요.


# 3개월 동안 합숙까지 하며 지원했던 하비

매출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를 달성함에 있어 하비의 도움이 컸다고 합니다. 김동준 대표는 이전에 직접 글로벌 마케팅을 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하비가 큰 힘이 됐고, 캐나다, 호주, 영국 베타테스트 진행, 10개 국어 번역, 영어권 디스코드 채널, 네이버 카페 운영 등 많은 부분의 지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출시 초기 트래픽이 몰릴 땐 서버 개발자가 십여 명 정도 투입되기도 했고, 출시 전 BM 및 밸런싱 작업에도 하비 측 기획 인원 2명이 3달 동안 한국에 합숙하며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퍼블리셔라기 보단 "한 팀"에 가까웠다고 하는데요. <펭귄의 섬> 당시에도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김동준 대표의 이력과 비전을 보고 하비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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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즈> 구글플레이 스토어 페이지

# 방치형의 생명이 길어지려면

일반적인 키우기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은 6개월 내외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치형 게임을 다수 만들어온 김동준 대표에게 장기 서비스를 위한 전략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요. 그는"키우기 같은 성장 쾌감 중심의 게임들은, 단기간에 성장감을 몰아서 주니까, 근본적으로 오래 서비스하기 어려운 장르긴 해요. 그래도 장기 서비스를 위해 몇 가지 필요한 부분이 있긴 해요"라며 운을 띄웠습니다.

"일단 중장기 목표가 분명하게 제시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기까지 도전해볼까-를 6개월 이후에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죠. 스탯 레벨업 시스템도 100렙마다 2배가 된다거나, 1,000렙이 되면 패시브가 생기고, 10,000렙이 되면 아예 새로운 시스템이 개방된다거나 하는 식이죠. <김봉식>에서도 1,000층에 가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라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밸런싱도 매우 중요해요. 키우기 서비스를 하다 보면 숫자가 굉장히 커져서 밸런싱을 예측하기가 되게 어려워요. 후반에 가면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경우도 생기죠. 장기 서비스를 하려면 최상단 유저들이 여전히 할 만한지, 직접 플레이하며 튜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은 소셜인데, 롱런하는 게임들은 경쟁, 협력 요소가 잘 갖춰진 것 같아요. <클래시 오브 클랜>도 그렇지만, 바둑이나 오목도 사실 PvP잖아요. 방치형에선 성장폭이 크다 보니까, 유저간 스펙 차이가 심해서 서로 경쟁, 협력하는 걸 재밌게 만들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스펙 일부를 제한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상단 유저와 중간 유저가 만날 수 있게 하는 게 하나의 해법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희도 이렇게 만드는 데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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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사 김봉식>

# "여행은 왜 재밌고, 술자리는 왜 재밌을까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김동준 대표는 자신이 느끼는 신선함과 재미를 게임 시스템으로 녹여내려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참신함 게임 만들기"에 가장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의 경쟁 대상이 틱톡, 릴스, 쇼츠로도 확장되는 시대에 매우 와닿는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검색이 너무 잘 되는 시대라, 제가 알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아는 경우가 많아,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 쉽지 않은 편입니다. 영화, 판타지 소설, 스포츠는 왜 재밌는 거지-라는 고민도 하고, 여행은 왜 재밌지, 여행의 재미를 게임으로 녹여낼 순 없을까. 술 마시는 건 왜 재밌지, 술자리가 재밌는 이유는 뭘까.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을 못하고 랜덤한 상황이 벌어지는 게 재미의 본질일까-같은 생각을 많이 하곤 해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본질'을 알 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 형태가 바뀌어도 본질이 유지되기 때문에 창의적인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사람들은 유튜브를 볼까. 그래서 심리학 책도 보는 편이고요. 요즘 와인에 빠져있는데, 와인마다 되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새삼 느끼기도 하고요."

"방치형 게임도 지금 생각해보면, 전에 <와우>를 참 열심히 했었는데, <와우>에서 재미를 느끼는 본질이 무엇일까. 사냥하는 과정이 본질인가, 장비를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일까요? 그걸 깨달았다면 <와우>를 할 당시에도 방치형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엔 특정 요소를 빼면 게임이 아닐 것 같아 두려웠어요. 본질을 알고 싶은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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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기사 김봉식>

김동준 대표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순간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다"며 용어 선택에 있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일미션을 넣을 거야 하는 순간 정형화된 콘텐츠가 떠오르게 되거든요. 제가 스스로 기획을 할 때는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해요. 일일미션이라 칭하지 않고, 매일매일 뭔가를 하게 만드는 콘텐츠, 뭔가를 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무언가-라고 써놓으면 약간은 다르게 보게 되더라고요. 방치형 RPG라고 하는 순간 또 정형화된 뭔가가 떠오르니까요."

"그래서 단어보단 문장으로 표현하는 걸 선호해요. 뽑기를 랜덤하게 무언가를 얻는 것이라고 하는 식이죠. 창의적인 뭔가를 하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로 단어 사용을 자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게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고 싶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게임사 뿐만 아니라 틱톡도 경쟁사고, 시야를 넓게 가지려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케팅 비용이 과열된 시장 안에서도 게임이 정말 눈에 띄게 다르면 그 비용도 적게 들어요.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진 않죠. 저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는데,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정말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평생을 고민했을 때 3개 정도나 나올까요. 어렵죠, 하지만 뭐든지 포기하는 순간 끝나는 것 같아요. 안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1%있던 가능성도 끝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 노력 안에서, 콘크릿은 차기작으로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과 RPG를 섞은 방치형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주사위를 던지고 멈추는 칸에 따라서 랜덤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시스템으로, 올해 안에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하네요. 다른 신작도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올해 안에 신작 2종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김동준 대표가 한 고민의 깊이 만큼, 어떤 신선한 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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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김동준 대표와의 만남이었습니다.

특히 재미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특정 게임이 왜 재밌는지 분석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공감되는 영역이었습니다.

하반기에 나올 콘크릿의 신작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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